◈거북 이야기

이 지구상에는 거북이처럼 쉽게 알아 볼 수 있는 동물은 없다. 뱀과 비슷한 도마뱀이 있기도 하고 또 도마뱀과 비슷한 도롱뇽이 있기는 해도 거북이와 닮았다고 할 수 있는 그런 생명체는 없다. 거북은 그들의 조용한 성격과 다양한 색의 등껍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평소 안좋게 평가되는 다른 파충류와는 달리 평가된다. 일반적으로 혐오시되는 도마뱀이나 뱀과는 다르게 거북은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창조물로 취급된다. 거북은 남극을 제외한 세계 각지의 온대, 열대지역 및 해양에서 살고 있는 파충류의 일종이다. 다른 파충류와는 달리 등껍질과 배껍질을 가지고 있으며, 이 껍질사이에 각종 장내 기관들이 들어있다. 거북들은 그들의 껍질 속에 머리, 다리, 꼬리를 집어넣어 갑옷처럼 쓸 수 있어 자연이 준 훌륭한 방어역할을 할 수 있고, 이 갑옷은 잘 발달되어 거북 몸의 전체 구조 중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생활양식이나 환경에 적응하기 위하여 거북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등껍질의 모양을 적당하게 주변환경에 따라 변화시켜 왔다. 예를 들어, 자라는 등껍질의 모양을 납작한 유선형으로 변형시켜 헤엄칠 때 돌고래처럼 물의 저항을 적게 받으며, 물속 바닥의 흙이나 모래 속으로 쉽게 파고 들어가는데 유리하게 되어있다. 이러한 거북의 껍질은 두 겹으로 되어 있는데, 안쪽의 껍질은 뼈판 모양으로 되어 사실상의 골격을 형성하고 있으며, 바깥쪽 껍질은 피부조직으로부터 만들어진 갑판이라 하는 딱딱한 뿔 모양의 구조로 되어 있다. 그러나 자라는 껍질 대신에 거친 피부로 된 바깥 껍질을 가지고 있어 부드럽게 되어있다. 거북의 껍질은 검은색, 갈색 또는 어두운 초록색 혹은 밝은 초록색이나 오렌지색, 빨간색 또는 노란색의 줄무늬를 가지고 있고, 어느 정도 성장하면 탈피(허물벗기)라는 변신을 하게 되는데, 뱀들은 피부 전체가 고무장갑 벗겨지듯이 한꺼번에 벗겨지는 반면에 거북은 등껍질의 딱지가 기와장이 떨어지듯이 한 개씩 각각 독립적으로 벗겨지면서 새로운 옷으로 치장하게 된다. 거북은 그들 몸의 온도를 따뜻하게 할 수가 없어서, 항상 한낮에는 일광욕을 해야 만 한다. 즉 외부의 온도에 따라 자신의 몸의 온도가 변하는 변온동물(냉혈동물)이다. 그러므로 몸의 온도를 주변의 공기나, 물의 온도와 같게 유지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겨울에는 하천, 호수, 늪지 등의 물속의 따뜻한 진흙 바닥 속에서 굴을 파고 겨울잠을 자며, 더운 지역에 사는 종들은 온도가 높거나 건조한 시기에는 여름잠(하면:夏眠)을 잠으로써 살아 남는다. 하면은 어떤 면에서 동면과 유사하다. 파충류 중에서 도마뱀과 뱀의 최저 생존 온도는 섭씨 5도에서 45도, 악어는 주로 열대 지방에 살고 있기 때문에 25도에서 30도 이지만, 거북은 -10도에서 35도 범위까지 생존할 수 있어, 다른 파충류보다 수명도 길고 생존력이 뛰어났다고 볼 수 있다. 한편 거북이 사는 장소를 살펴보면 늪지에 사는 반수서종(半水棲種)에서부터 초원이나 사막에 사는육서종(陸棲種) 그리고 호수나 하천 바다에서 사는 수서종(水棲種)으로 나누어 진다.

※ 파충류 종류별 최저·최고 생존 체온


오직 땅에서만 사는 민물거북과는 다르게 암컷 바다거북들은 알을 낳을 때를 제외하고 일반적으로 바다를 떠나지 않는다. 그러나 대부분의 수컷은 알에서 부화하여 바다로 들어온 후에는 육지로 돌아가지 않는다. 종종 암컷은 그들이 태어난 해안으로 다시 새끼를 낳기 위하여 수천 ㎞떨어진 곳까지 다시 찾아가기도 한다. 새끼 거북이 자라는 정도는 같은 형제끼리도 서로 상당한 차이가 있다. 왜냐면 서식환경, 온도, 습도, 강우량, 햇볕량, 먹이의 종류 그리고 암·수의 차이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거북은 그 크기가 매우 다양해서 깊은 바다의 장수거북은 등껍질의 딱지 길이는 19㎝, 전체 길이가 1m∼2.5m까지 성장하고, 몸무게는 680㎏정도 된다. 그러나 북아메리카 습지거북은 약 10㎝정도의 길이 밖에 자라지 않는다. 옛날 토끼와 거북의 우화에서도 알 수 있듯이, 무거운 등껍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느리게 움직이는 동물로 알려져 있다. 실지로 땅 위에서 생활하는 사막거북은 시속 0.22∼0.48㎞, 갈라파고스황소거북은 하루에 6.4㎞를 움직인다. 그러나 물속에서는 달리는 사람보다 빠르게 헤엄칠 수 있는데, 깊은 바다에 사는 녹색바다거북은 한 시간에 약 30㎞이상을 헤엄칠 수 있다. 왜냐하면 물속에 사는 거북들은 발가락이 길고, 그 사이에 페달 같은 물갈퀴가 있어 헤엄치기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거북은 시각과 촉각이 잘 발달되어 있다. 과학적인 실험에 의하면 거북은 적어도 근처의 물건을 감지할 수 있을 정도의 후각이 발달되어 있다고 밝혀졌다. 거북은 가운데 귀와 속귀 그리고 고막 모양의 바깥귀를 가지고 있어,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정도의 낮은 파장의 소리도 잘 들을 수 있다. 거북은 암컷의 몸에서 수정된 알로 태어난다. 한번 교미로 암컷은 모든 알을 수정시킬 수도 있다. 대부분의 거북은 늦은 봄에서 늦가을 사이에 알을 낳는데, 이 기간 동안에 적어도 두 번 이상 알을 낳는다. 예를 들어 녹색바다거북은 한 계절 동안에 7번의 산란기를 갖는다. 모든 거북은 바다에 사는 종과 민물에 사는 종을 가릴 것 없이 땅 위에다 알을 낳는데, 암컷은 알을 낳기 전에 뒷다리로 땅 위에 구멍을 파고, 구멍 속에 알을 낳은 뒤 흙이나 모래 또는 썩은 나무 등으로 덮어놓는다. 한번에 낳는 알의 숫자는 매우 다양해 바다거북은 한번에 200개의 알을 낳고 녹색바다거북은 1,000개 이상의 알을 번식기 동안 낳는다고 한다. 대부분의 파충류들이 부모가 새끼를 돌보지 않듯이, 거북의 암컷도 알을 덮어놓은 후에는 알을 낳은 장소에 대하여 어떠한 관심도 가지지 않고 미련 없이 그곳을 떠나 버린다. 거북의 알은 거북의 종류에 따라 서로 약간씩 다르다. 바다거북은 손으로 누르면 안쪽으로 들어가는 말랑말랑한 부드러운 알껍질을 가지고 있으며, 남생이과 자라들은 딱딱하여 잘 부스러지는 알껍질을 가지고 있다. 딱딱한 알은 알속의 수분의 증발이나 흡수가 느리므로 환경의 영향을 잘 받지 않으므로 알 수도 적고, 부드러운 알은 알의 발생이 느리므로 주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이러한 알들은 단지 자연의 힘에 의하여 부화되는데 그 중요한 요소는 태양열이다. 부화되는 기간 중에 온도는 부화속도를 결정할 뿐만 아니라, 새끼의 성(암·수)을 결정하게 된다. 붉은바다거북은 30도에서 부화되면 암·수가 동일하게 일 대 일의 비율로 태어나지만 32도가 되면 암컷 그리고 28도면 수컷만 생긴다. 새끼가 알에서 태어날 때는 주변에는 여러 가지 위협요인(천적)들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미리 깨어난 새끼가 먼저 알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알속에서 서로를 인식할 수 있는 신호를 전달하여 한꺼번에 같이 알에서 깨어 나온다. 새로 태어난 거북은 땅의 표면까지 땅을 파고 나와 먹이도 자신이 직접 찾아야 하고, 천적에 대하여 방어까지 해야 만 한다. 다양한 새들과 포유동물이 해변으로 떼지어 몰려와서 거북의 알이나 새로 태어난 새끼거북을 잡아먹기도 하고, 물속으로 가는 거북의 새끼를 잡아먹는다. 한편 육지에서 살아 남은 새끼들은 바다 속에 들어가면 물고기에게 잡혀 먹게 되므로 전체 낳은 알 중에서 살아남는 새끼는 불과 5퍼센트에 해당하는 무리들만이 남아서 생존하게 되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거북들이 다른 척추동물들보다 더 오래 산다고 믿는다. 어떤 거북은 100년 이상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수명이 평균 48년 정도이다. 대부분의 거북의 성장은 처음 5∼10년 사이에 일어나며, 이 기간 동안은 계속 자라나 점점 조금씩 성장하게 된다. 거북의 식성은 동물성과 식물성 둘 다 먹는 잡식성이다. 그리고 서로 다른 종끼리는 먹이 종류가 서로 다르다. 예를 들어 선인장거북은 선인장만 먹고산다. 초록바다거북을 포함한 몇종의 거북은 거의 대부분 식물 성분을 먹고, 민물거북 종은 주로 수서곤충, 연체동물과 민물고기를 잡아먹고 산다.

※ 거북의 종류별 수명